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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만남 흔적’으로 모색하는 육화(肉化)의 형상과 키아즘

김성호(Kim, Sung-Ho, 미술평론가)

I. 프롤로그
누구에게나 ‘페르소나(persona)’는 있다. 그리스 어원으로 ‘가면’을 의미하는 이것은 ‘가면을 쓴 외적 인격’을 가리킨다. 융(C. G. Jung)의 관점에서 페르소나는 존재자의 그림자와 같은 ‘무의식의 열등한 인격’일 따름이지만, 원래 신학에서 페르소나는 이성적인 본성을 지닌 독립적 실체로 간주되었다. 그러한 점에서, 페르소나는 삼위일체로서의 하나님처럼 ‘존재자의 위격(位格)을 부여받은 또 다른 존재자’로 기능해 왔다. 오늘날에 이것은 천사, 악마, 의인화된 동식물, 무의식 속 자아처럼 한 인간이 관계를 맺은 모든 소통의 대상이자, 투사된 또 다른 자아를 의미하는 것으로 확장되어 사용된다,
작가 박예지에게 있어 ‘말(馬)’은 소통의 대상이자, ‘자신이 투사된 또 다른 자아’인 페르소나로 간주된다. 무수한 용접봉이나 철선을 이어 붙여 만든 ‘말 조각’을 통해서 그녀가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? 이 글은 그녀의 작업이 지닌 조형 언어와 그것이 함유한 관계의 메시지와 미학이 무엇인지 살펴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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